신종화 조원씨앤아이 이사


대한민국 국민 3명 중 2명은 해외원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 이유로 과거 한국의 경험, 국제사회의 위상 제고, 인권 보장, 국내 기업 지원 등을 꼽고 있다.

지난달 19일 ‘세계 인도주의의 날’을 맞아 진행한 여론조사*의 결과이다.

*세계일보 8월14일자 1,8면 참조


저 멀리서 전개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한국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미국과 서방의 절실한 요청에 따른 군사적 동참과 러시아의 압박에 따른 침묵적 불개입을 놓고 선택을 강요받는 형국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비살상분야 장비지원, 전폭적 복구 및 재건 참여를 약속했다.

우려와 논란 속에서도 지뢰제거 비살상장비 공급 및 우크라이나 생활 인프라 재건에 민간기업의 참여 논의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민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원조의 명분과 방향을 찾고 계획을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고립주의, 최소개입 외교나 민간분야의 무역, 문화 수출만으로는 한국이 세계 선도 국가가 되기 어렵다.

명분 있는 원조 외교, 특히 잠재적 갈등이 내재한 주변국들에 당당할 수 있는 분야는 ‘인간 존엄성 회복 영역’이 되겠다.

그중 제일이 아이들의 생명과 안전이며, 곧 교육이다. 요즘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는 방위산업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 평가받아온 것이 대한민국의 교육이다.

냉정한 평가를 포함해서다.

교육 분야만큼은 대한민국이 가장 선도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수 있다.

전쟁 경험 국가로서 대한민국 부흥에 교육에 연관이 있다는 것을 세계가 잘 알고, 또 그 과정을 한국인이 체험해왔다.


9월 신학기에 우크라이나 북동부 어느 도시는 미사일 공습을 피하고자 지하철에 교실을 만들었다고 한다.

학생 안전을 위해 상당수 학교에서 원격수업이 불가피하다는 말도 들린다.

유니세프(UNICEF·유엔아동기금)는 학생들의 학습 손실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전쟁의 상처와 거대한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의 심리를 치료하고 이들을 근미래의 평화를 위한 주역을 만드는 데 학교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보편적인 가치이다.


정부가 교육만큼은 세계 제일로 우크라이나를 도와주면 좋겠다. 허물어진 학교를 다시 짓고, 망가진 교실을 꾸미고, 교보재를 나눠주고, 의류를 지원하고, 디지털 교육 학교망을 설치하고, 단말기를 제공해 줄 수 있다.

교육부의 직접지원이 여건상 어렵다면 대한적십자사와 시·도 교육청이 현지 기관과 자매결연을 맺어 진행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전쟁발발 직후부터 모금운동을 포함한 평화기원 활동을 해왔다. 기업과 시민단체도 기꺼이 동참할 것이다.

아이들 문제이기 때문이다.


세계정세와 외교주권이라는 차원에서 전쟁과 평화는 동전의 양면과 같고 평화는 매우 값비싼 영역이다.

과거 원조받은 국가 대한민국의 경험이 해외원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의 골간이다.

시민의식이 더 커져야 함은 물론이다.

아이들의 미소가 가족과 마을, 국가의 행복이 되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폐허 속에서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졸업과 입학이 진행된 우크라이나 교육 현장, 학교와 교실 재건부터 시작하자.


세계일보 기사 링크 :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914513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