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는 한글날이 불과 며칠 전이지만 인터넷상의 혐오·비하 표현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신조어만 더 늘어나고 있다.

최근 한국 양성평등 교육진흥원이 인터넷상 게재되는 게시물 사이에서 성차별적 게시물과 댓글을 뽑아 분석한 결과, 문제적 표현의 62%가 특정 性에 대한 혐오와 비난의 표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대중들은 다수의 혐오·비하 표현에 노출되어 있는데 특정 性에 대한 혐오표현인 ‘김치녀’와 단어 후미에 충(蟲)이라는 접미사를 붙이는 ‘맘충’, ‘틀딱충’, ‘한남충’들과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비하 표현을 넘어서 월급의 규모, 사람의 행동에 대한 혐오·비하 표현도 생겨나고 있는데 그 범위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 5월 20일 취업포탈사이트 알바몬과 잡코리아에서는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2298명을 대상으로 ‘듣거나 읽기에 불편하고 거슬린다’고 느끼는 신조어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충(蟲)’형태의 신조어가 53.3%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그 다음으로는 ‘쿵쾅이, 틀딱 등 특정 대상이나 지역 비하성 신조어’가 42.6%, ‘김치녀, 한남충 등 특정 성별을 비하하는 신조어’가 37.2%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문제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서 모욕감을 느끼는 데까지 혐오·비하 표현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7월 20~25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의 의뢰로 마이크로밀엠브레인이 20대~50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성별 기반 혐오표현 문제의 심각성 인식’에 대해 ‘매우 심각하다’는 의견이 28.5%, ‘약간 심각하다’는 의견이 52.2%로 약 80%가 혐오·비하 표현 현상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제재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 조사도 있었다. 지난 8월 11일~13일 조원씨앤아이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에서 난무하는 혐오 표현 제한에 대해 물어본 결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63.0%로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상 혐오·비하 표현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인터넷에서는 자신의 부모를 ‘~충’이라고 서슴없이 표현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일상대화에서도 혐오·비하 표현을 예사롭게 사용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최근 스마트폰은 미취학 아동들에게도 보급되고 있어, 혐오·비하 표현 노출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안의 심각성은 점점 더 높아져만 가고 있으나, 정작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은 무소식이다.

지난 2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을 포함한 20인의 국회의원들이 성별·종교·사상·병력 등을 이유로 하는 혐오표현의 인터넷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으로 인해 보름 만에 철회했다. 그 결과, 8개월이 지난 지금 개선은커녕 더 악화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단순히 해당 표현을 쓰지 못하도록 강제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말하고 있지만, 언어순화에 따른 긍정적 효과는 이미 다수의 연구로써증명되어 있다.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하나의 방책으로서, 청소년의 올바른 언어 습득을 계도하기 위한 방안으로서도 현재 난무하는 인터넷상 혐오·비하 표현들을 제한하는 법안 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

혐오·비하 발언 금지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에서 심각할 수준으로까지 확산된 인터넷상의 혐오·비하의 표현을 제재하는 것은 필요악이다. 입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본다.

일요서울 기사 링크 : http://www.ilyoseoul.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9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