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
- 자유vs보수 구도에서 권위·진보 정치지형 ‘변화
- 철학과 정체성 담보한 ‘정계개편’ 국민적 공감 얻어
정계개편의 주도권 싸움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모두 새로운 지지층에 대한 공략의지를 표명했다. 각당은 지지층 포섭을 위한 전략과 정책안을 구성하고 있으나, 과거와 달리 대한민국 유권자의 정치 성향은 기존의 전통적 이념과 달리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복수의 여론조사 기관들이 기존과 같이 보수·중도·진보로 나눈 정치지형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얻어지는 정보는 응답자의 주관적 판단에 기인하며, 경제·대북 등의 세부적 분류 없이 함축적 의미를 갖는 데이터들이다. 또 당시의 정치·사회적 이슈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최근 주간 조선과 입소스 주식회사는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6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정치이념에 대한 가치관과 사회현안을 조사했다. 이 조사는 블런델-고스초크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개인과 시장의 자유에 대해 국가의 개입 정도를 기준으로 2차원적 구조를 적용해 정치지형을 총 5가지로 분류했다.
5개의 지형에는 개인과 시장에 매우 낮은 수준의 국가 관여를 원하는 자유주의, 국가의 시장개입은 반대하나, 개인의 자유는 통제가 필요하다 생각하는 보수주의, 개인과 시장에 대해 국가의 높은 개입을 원하는 권위주의, 시장에 대한 국가개입은 필요하되 개인에 대한 자유는 중시하는 진보주의, 모든 방면에서 중간적 태도를 지향하는 중도주의로 나눴다.
이에 따른 조사결과는 응답자의 34.6%가 시장을 불신하여 국가 관여를 원하고, 개인의 자유를 지향하는 진보주의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권위주의 25.5%, 중도주의 19.5%, 자유주의 13.2%로 나타났고, 보수주의는 7.2%에 그쳤다.
기존 조사에서 나타난 보수와 진보의 이념 대립이 아닌 진보주의(시장통제-개인자유)와 권위주의(시장통제-개인통제)의 대립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상당히 중요하다. 시장에 대한 국가 개입에 국민의 과반 이상이 찬성하고, 또 반대로 개인의 자유에 대해서는 엇갈린리는 결과다.
또한 주관적인 이념 성향에서는 진보 34.7%, 중도 40.3%, 보수 25.%로 나타났다. 이중 보수 응답자 내에서 자유주의는 25.3%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진보주의가 22.3%로 나타났다. 보수층 내에서도 국가에 의한 시장통제 측면에서는 서로 상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보수도 하나의 보수가 아니라 다양한 보수란 점에서 그 의미가 깊은 조사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정계개편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과거처럼 단순한 이합집산의 모임으로 끝나는 정계개편, 철학의 부재와 정체성이 없는 정계개편은 더 이상 국민의 관심을 끌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의 판단과 이념은 더 세분화되고 더 넓은 스펙트럼의 선상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바른미래당과 자유한국당은 정계개편보다 어떤 정체성을 정립할지 심도 있는 고민을 우선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지지는 그 다음이기 때문이다.
일요서울 기사 링크 : http://www.ilyoseoul.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2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