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진보당의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음. 비례대표 경선부정 폭로로 시작된 지 2개월이 넘도록 사태수습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점입가경의 상황임.

○ 사태의 시초는 비례대표 경선부정이었음.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조준호)가 ‘총체적 부실.부정선거’임을 공식적으로 밝힌 후 전국운영위원회와 중앙위원회를 거쳐 ‘지도부 총사퇴와 당선자를 포함한 경선 비례대표 후보 전원 사퇴’를 수습책으로 세웠지만, 이석기-김재연 의원과 일부 후보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사퇴를 거부하면서 통합진보당은 구당권파vs신당권파의 극한 대립이 형성됐음.
‘패권주의에 대한 전면적 혁신’과 ‘의도적 허위에 대한 진실규명’을 내세운 두 세력의 대립이 당내 최악의 분열로 이어지면서 ‘중앙위원회 폭력사태’라는 전무후무한 사건을 만들었고, 결국 한 당원의 분신과 죽음까지 불러왔음.

○ 통합진보당 사태는 신당권파와 구당권파가 동시당직선거(당대표, 최고위원, 시도당.지역위원장, 중앙위원, 대의원 선출)에 출마하면서 2라운드로 돌입하였음. 당직선거 결과에 따라 부정선거에 대한 판단여부와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거취문제, 강령.노선.운영 등의 혁신과제가 180도 달라질 것임. 그 와중에 인터넷시스템 오류에 의한 당직선거 중단이라는 파행과 2차 진상조사위 결과에 대한 인정 여부가 또다시 극한의 대립을 일으키며 통합진보당 사태는 더욱 더 수습 불가능한 상황이 되고 있음.

○ 더구나, 통합진보당 사태는 검찰의 개입과 종북 색깔론으로 인해 사법적, 사상적 문제로 확산되었고, 당내 문제가 아닌 야권 전체의 문제로 번지는 상황임.

○ 통합진보당의 사태는 결국 국민의 정치 피로도를 높이며, ‘한국정치에서의 진보정당의 진로’ ‘임기말 MB정부의 초대형 부정비리에 대한 대응’ ‘야권연대를 포함한 대선에서의 야권전략과 구도’ 등에 심각한 폐해를 주고 있음.

○ 특히, 통합진보당이 대중의 설득력과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진단되며, 그렇기에 신뢰를 잃은 진보정당이 주장하는 진보적 가치와 정책도 점차 동의받기가 쉽지 않을 것임.

민주통합당, 뜨거운 감자를 물었다

○ 통합진보당 사태가 깊은 수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면서, 민주통합당은 직간접적으로 튀는 불똥을 경계하며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임.

○ 간접적으로는 한국정치의 진보vs보수의 구도에서 ‘진보의 비도덕성과 무능’이 민주통합당의 이미지와 인식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에 대한 우려이고, 직접적으로는 6개월도 채 안남은 대선에서의 전략적 차질임. 즉, 2010년부터 공개적으로 진행되며 국민적 지지를 받아온 야권연대전략이 근저에서부터 허물어질 수 있기 때문.

○ 최근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는 ‘통합진보당 당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야권연대 여부가 결정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음. 이는 통합진보당 사태수습에 대한 압력성 발언이기도 하지만, 통합진보당이 국민적 외면을 피하지 못할 경우 야권연대는 불가능하다는 분명한 선언이기도 함. 당내에서는 야권연대에 대한 회의론이 적지않게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짐.

○ 민주통합당이 새누리당과 함께 이석기, 김재연 의원 자격심사안을 합의한 것도 통합진보당 사태와 분명한 선을 긋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할 수 있음.

○ 그렇지만,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야권연대를 통한 1:1 구도는 절실하며, 박근혜 의원의 일방독주와 새누리당과의 정당 지지율 간극을 좁힐 수 있는 묘수가 부재한 속에서 민주통합당에게 야권연대는 여전히 버릴 수 없는 카드임.

○ 결국, 민주통합당에게 야권연대는 ‘뜨거운 감자’인 셈이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통합진보당의 사태수습을 가슴 졸이며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있음.

야권연대는 ‘두 정당의 연대’가 아니다

○ 통합진보당 사태는 이미 야권연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민들이 야권연대에 대해 부정적으로 돌아섰거나 신중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음.

○ 야권연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전문가그룹에서도 마찬가지로 형성되어 있음. 이는 야권연대 자체가 가치와 정책을 중심으로 하고 있기 보다는 표의 확장성에 있기 때문에 통합진보당의 국민적 지지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속에서 야권연대가 위력이나 지속성을 갖기 어렵다고 판단되기 때문임.

○ 하지만, 야권연대에 대한 우려나 부정적 인식은 야권연대에 대한 편협한 사고에서 발생하는 것임. 즉, 야권연대를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후보단일화 연대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통합진보당의 사태와 국민적 비판을 근거로 야권연대를 회의적으로 판단하는 것임.

○ 야권연대가 처음 발의된 계기는 ‘반MB’였고, 그 동력도 민주통합당(구민주당)과 통합진보당(구민주노동당)만이 아니라 야당 전체와 제 시민사회단체였음.

○ 야권연대에 대한 평가 또한 ‘표를 위한 정당간의 하향식 후보단일화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적지 않았음.

○ 야권연대가 대선구도 전반을 압도할 힘을 발휘하려면 야권연대에 대한 대중적 권위와 신뢰가 필요하며, 그것은 일부 특정정당만의 후보단일화가 아닌 누가봐도 인정할 수 있는 야권성향 제 세력의 연대(지지)일 때 가능함.

○ 따라서 통합진보당의 사태 수습 수순을 지켜보고 판단하는 연대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도 힘들고 진정한 야권연대로 보기도 어려우며, 정부의 부정비리와 집권여당의 실정에 대한 제 세력에 대한 공분을 모아 정권교체를 위한 연대의 틀을 형성하는 것이 진정한 야권연대라 할 수 있음.

○ 결론적으로, 야권연대는 ‘두 정당간의 연대’가 아닌 ‘정권교체를 위한 큰 틀의 연대’라는 근본적 발상전환이 필요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