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이 중반을 넘었다. 제주에서 시작된 민주당 경선은 9월 2일 인천에서 문재인 후보가 1위를 차지하며 6연승으로 결론지어졌다.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듯싶었던 김두관 후보는 저조한 득표율로 3위에 머물러 있고, 분당승리와 당 대표를 역임한 손학규 후보는 2위로서 겨우 체면을 유지한 형국이다. 정세균 후보 또한 호남의 적자란 새로운 지역주의 후보이미지만 각인 시켰을 뿐 그다지 큰 이슈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아직 선거인단의 절반이상이 남은 경선이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변화 없는 투표결과와 50%를 밑도는 투표율, 그리고 100만으로 마감되는 선거인단의 수를 감안한다면 감동 없는 뻔한 경선임에는 틀림없다.

더욱이 지난 한명숙 대표 선출을 시작으로 도입된 모바일투표는 4.11총선에서 숱한 화제를 남기며 정점에 이르렀다. 극기야 대선 경선에서도 가장 큰 이슈로 자리매김했지만 제주 경선에서 비롯된 불공정 시비와 재투표, 재검열, 그리고 주관업체의 실수 등으로 이미 참신함과 신뢰도는 바닥에 떨어진지 오래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순회투표와 현장투표 결과와 모바일 투표의 결과가 상반되게 나오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모바일 투표는 그 의도와 상반된 ‘또 다른 여론조사’, ‘인기투표’란 이름으로 다시금 명명지어지고 있다.

모바일투표 도입은 단순 명료했다. 단순다수제의 국내 선거 특징상 모집단이 많아지면 조직력이 약화되고, 일반 대중의 참여가 많아지면 그 결과의 힘이 당심과 민심의 일체감과 동시에 본선의 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란 추측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4.11총선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경선에서 보여준 모바일 투표의 현실은 ‘21세기 동원’의 신조어일 뿐이다. 일반 대중의 참여 보단, 어느 캠프가 가입자 유치를 많이 했는가가 핵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물론 일반 대중의 참여를 폄훼할 필요는 없겠으나, 투표율을 보자면 기우가 아닌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샘이다.

민주당 경선의 핵심 축이자, 미래 정당의 기틀로 자리매김한 모바일투표다. 하지만 형식에 치우친 나머지 그 안에 담길 정당의 정체성 부재가 만들어낸 촌극이 이번 경선의 모바일투표인 것이다. 오히려 인기 배틀 프로인 슈스케의 문자투표 보다 더 신뢰도가 없고, 더 재미가 없는, 그리고 더 참여할 이유가 없는 투료로 전락하고야 말았다.

이제 중반을 넘은 민주당 경선의 또 다른 화두는 결선투표다. 2위인 손학규 후보가 나머지 후보와의 합종연횡을 통해 1위인 문재인 후보를 이길 수 있는가에 모두들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예비경선, 본경선, 결선투표의 과정에서 보여줄 민주당의 앞날은 그렇게 녹록치 못하다. 모바일투표가 다시금 위력을 발휘할 결선투표의 결과를 보자면 경선의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대표성 시비가 일어날 것은 불 보듯 뻔 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화살은 떠났다. 민주당 대선 후보란 과녁에 화살은 꽂힐 것이다. 그렇지만 10점이냐 1점이냐는 화살 시위를 당긴 민주당 보다, 바람에 의존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기에, 민주당으로선 대안을 만들기가 무척 버거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