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두 번의 큰 선거가 끝났다. 두 번 다 보수의 승리로 끝난 2012년이었다. 민주통합당이 겪어여 할 충격, 아니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48%의 유권자가 받아야 할 허무함은 12월 31일 영하 15도 만큼이나 매서웠다.

2012년은 끝단의 해였다. 정치적으로는 보수와 진보의 끝을 알 수 있었으며, 사회․경제적으로는 강자와 약자의 삶이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었다. 이제 보수의 승리로 끝난 이 시점에서 나머지 진보란 이름의 가치는 상당히 축소될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더욱이 진보를 기치로 내걸로 단일화에 매진한 진보정당과 민주통합당의 상처는 치유 받을 수 있는 중환자를 넘어 이미 사망선고가 내려질 만큼 환부의 상처가 깊고 치유의 가능성 또한 낮다.

그렇다면 2013년 이들에 대한 치료는 과연 가능할까? 심적으로도 악화될 만큼 악화돼 자생의지마저 상실된 상태에서 말이다. 그래서 말이지만, 감히 결과부터 말하자면 치료불가능을 넘어 이미 사망선고가 내려진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 맞다.

환자가 쾌유를 하기 위한 조건은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시의적절한 수술과 약물치료가 절실하다. 진보진영과 민주통합당에게 국민은 매우 적절한 시기에 매우 적절한 처방을 주문했지만 정작 당사자는 그 요구를 거부했다.

2012년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에게는 1차수술을, 통합진보당 사태에서는 2차수술을, 그리고 대선에서는 쾌유를 비는 염원과 치유에 좋다는 각종 약제를 공급해 줬음에도 불구하고 진보진영과 민주통합당은 스스로 원하는 것은 취하고 원하지 않는 것은 버리는 과오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 결과 2013년 1월 1일 진보진영과 민주통합당은 병원이 아닌 장례식장에 놓여 있는 상황까지 연출되지 않았나 싶다.

지금 이 순간, 장례식장에서 펼쳐질 모습을 연상해 보면, 괴로워 우는 이들과 과거의 모습을 회상하는 이들, 진보진영과 민주당을 지지했던 유족들이 서로서로가 부둥켜안고 슬퍼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사망한 진보세력의 죽음이 아니라 그들이 죽은 이유다.

시체는 말이 없다. 몸으로 말할 뿐이다. 부검을 통해 사망한 이유를 찾는 것이 지금 시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다. 환부에 남아 있는 각 종 종양의 실체가 무엇이고 원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종양이 미친 영향과 마지막 사망 원인이 무엇인지 몸으로 말해 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환부를 제때 치료하지 못한 과오를, 그리고 환부를 제때 도려내지 못한 실기를 후손에게 가르쳐주어야 하며, 유족들이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금 시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시체가 말을 한다. 그리고 시체가 또 다시 처방을 하고 더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민은 더 이상 의사가 아닌 검시관인데 말이다. 국민이 마지막으로 원인을 찾아 주겠다고 하는데 그 소리마저 또 다시 거부하고 있는 샘이다.

민주당과 진보세력은 이제 더 이상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본인 스스로 망가뜨린 몸과 마음을 자위적으로 치유하지 말고, 향후 5년과 10년 뒤에 이러한 몸을 만들지 않도록 좋은 견본이 되어야 한다.

2013년 첫 날을 장례식장에서 곡을 하며 시작하는 유족에게 정말로 미안하다면, 이제는 유족이 시키는 대로 따라야 할 것이다. 망자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망자가 할 수 있는 미덕이 무엇인지, 그리고 살아서 할 수 없는 가르침 또한 있기 마련이다.

망자인 진보진영과 민주통합당이여, 부디 더 이상 유족의 맘을 아프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유족이 만드는 새로운 세상에서 다시금 환생한다면, 아니 부활한다면 다시는 지난 과오와 실기를 저지르지 않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