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

최근 여론조사기관에서 자주 사용하는 DB가 안심번호다. 안심번호란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이동통신사(SK, KT, LG)가 임의로 생성한 일회용 가상전화번호다. 택배나 자동차 연락처 등 개인정보 도용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번호다.

개인정보 유출 방지를 위한 안심번호가 여론조사에 활용되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2017년 2월부터 도입됐는데, 초기에는 정당에서만 신청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부터는 언론사, 여론조사기관에까지 신청 범위가 확대되어 다수의 여론조사기관에서 안심번호를 활용한 여론조사가 진행 중이다.

안심번호를 활용한 여론조사는 의뢰자가 유권자의 성별·연령·지역 등을 포함한 번호 개수를 선관위에 요청하고 선관위는 이통사에서 받은 안심번호를 공직선거관리규칙 제25조 7에 따라 여론조사 기관에 제공하게 된다. 신청부터 제공받는 데까지 10일이 소요된다.

그렇다면 안심번호 여론조사는 무조건 정확한가? 안심번호 여론조사의 핵심은 유선가구 비율이 낮아지고 휴대전화 보급률이 높아짐에 따라 모집단의 비대칭을 바로잡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20~30대 응답이 어려워진 여론조사 환경을 개선코자 이통사가 여론조사기관으로부터 비용을 받고 제공해 주는 제도인 것이다.

하지만, 안심번호 특성상 번호를 통해 파악되는 기본정보가 없기 때문에 조사기관으로서는 실제로 조사를 해보지 않고서는 그 번호의 정보에 대해 맞는지 틀렸는지 알 수가 없다. 더욱이 선관위에서도 이통사에 대해 안심번호제공 요청만 대행할 뿐이지 번호에 대한 사후검증이나 오류번호에 대한 책임소재를 따질 수 있는 법적 근거는 현재 없는 상황이다.

10일 전에 신청한 조사가 부득이하게 취소됐음에도 이통사에는 안심번호 비용을 반드시 지불해야 하지만, 이통사에서 잘못된 번호를 조사기관에 줬을 경우에 대한 대비책과 책임 여부를 묻는 방법은 없는 셈이다.

또한, 안심번호도 RDD무선전화와 마찬가지로 휴대전화 번호이기 때문에 요즘 스팸처리앱이 기본인 스마트폰에서는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 안심번호가 매우 많아지는 상황이다. 안심번호 수취인에게 발신전화의 정보가 사전에 노출되기 때문에 여론조사 등의 정보가 나타날 경우 거부 표시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안심번호 여론조사도 여론조사의 핵심 조건인 ‘불특정다수’와 ‘객관적인 모집단의 기능이 상실될 경우에는 정확한 여론조사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자발적 응답거부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안심번호 여론조사에 면밀한 분석과 대응책 마련이 필요할 때이다. 무조건 정확한 조사라는 인식이 굳어지기 전에 말이다.

일요서울 기사 링크 : http://www.ilyoseoul.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5966